열그루의 나무가 서있는 들판에 바람이 불면 열개의 휜 조각처럼 보이겠지
built a clay house in my head and live in it

열그루의 나무가 서있는 들판에 바람이 불면
열개의 휜 조각처럼 보이겠지

May 16 - Juni 8 2025

Jeehye Song

늘어지고 싶은, 모습

콘노 유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정작 여기에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한다. 상상이란 원래 그런 것인데, 내가 지금 있는 곳에서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하는 끌림 내지 이끌림에 의해 무럭무럭 자라난다. 송지혜의 드로잉도 보면, 그런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내 신체는 여기에 있지만 마음만 조금만 손이 더 닿는, 더 멀리 닿을 수 있길 바라는 것. 거창한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사실은 꽤 평범하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욕조에 채운 뜨거운 물에 몸을 잠기면서, 눈을 감고 그런 생각을 하다가 “잠깐, 저, 저기 있는 비누 좀 가져와 줄래?”라고 혼자 말하고 싶어지는 것처럼. 움직이기를 귀찮아하는 사람이 소소하게 누릴 수 있는 사적인 권한이 상상에, 그리고 송지혜의 드로잉에 있다. 
늘어진 상태에서 시작하는 상상은 거의 망상에 가깝다. 거창한 유토피아를 누군가가 꿈꾼다면, 송지혜의 드로잉은 한시적인 은신처로써 망상을 이야기한다. 한시적인, 그러니까 ‘잠깐’의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잠깐 쉬고 싶을 때, 좀만 더 있고 싶을 때, 원대한 꿈보다는 일상 안에서 “좀 안 될까요?” 하는 마음에서 출발하는 망상의 공간인 셈이다. 생활 및 주거 공간을 주로 선보인 작년 전시 < pullpushpull >과 달리, 이번 개인전 < 열그루의 나무가 서있는 들판에 바람이 불면 열개의 휜 조각처럼 보이겠지 >에서는 자연 풍경이 등장한다. 나무가 자라고 물에 뛰어든 모습—이라는 설명으로는 목가적으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여기에도 송지혜 특유의 ‘잠깐’의 늘어짐이 있다. 호수에 들어가고 싶은데 잠깐… 팔만 잠긴 모습, 나가고 싶은데 숲이 와 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욕조 옆에 나무들을 세운 모습, 컵 안에 들어간 다람쥐가 어느새 숲처럼 자라난 모습. 
여기에는 상상의 도약보다 늘어짐의 망상이 있다. 편한데 더 편해지고 싶은, 그러면서 옆으로 미끄러지는 이미지가 있다. 바람에 휜 나무와도 같이, 점토로 만든 집과도 같이. 이 늘어짐 안에 오래 있고 싶지만, 현실은—망상 또한 순간이겠지.